최근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진영과 반(反)네타냐후 야권 진영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다음 주 정부 구성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가디 아이젠코트(66)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그는 정부 구성 권한을 먼저 부여받을 후보로 거론된다.
아이젠코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네타냐후와의 차별점이다. 폴란드계 학자 가정에서 자란 엘리트 출신의 네타냐후와 달리, 아이젠코트는 모로코 출신 유대인 이민자 가정의 아홉 자녀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남부 항구도시 에일라트에서 성장한 그는 이스라엘 정치·경제 권력의 중심부와 거리가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1978년 이스라엘군 보병부대 골라니 여단에 입대해 약 40년간 군 경력을 쌓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군사 작전과 안보 전략을 직접 설계한 경험은 그가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전문성의 토대다.
이러한 배경은 기득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강한 친밀감으로 작용한다. 히브리어로 ‘정직’ 혹은 ‘올곧음’을 뜻하는 정당 이름 ‘야샤르’처럼, 그의 선거 캠페인 전반은 화려한 수사 대신 담백함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미국 매체 타임은 그가 집무실에 유력 해외 인사들과의 기념사진 대신 가자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의 사진을 두고 있는 모습을 전하며,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트라우마에 신음하는 이스라엘 국민의 아픔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아이젠코트의 조카 두 명도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정치권에 입문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안보와 도덕성 측면에서 명확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선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국가 안보 실패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국가조사위원회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장기화해 정치적 생존을 도모한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젠코트는 온건한 ‘비둘기파’와는 거리가 멀다. 아이젠코트는 군 복무 시절 레바논 민간 기반시설에 무차별적이고 압도적인 무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다히야 독트린’의 입안자로 꼽히는 철저한 현실주의 매파다.
이란의 핵 위협 차단이나 하마스·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세력 무력화라는 전략적 목표에서는 네타냐후와 결을 같이 한다. 가자전쟁 초기 전시 내각에 합류했다가 전략 부재를 이유로 물러났던 그는, 군사적 성과와 함께 외교적 해법 및 명확한 전후 비전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의 정책 중 가장 비판받는 대목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태도다. 미국 내 친(親)팔레스타인 성향 중동이해연구소(IMEU)는 그가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명백히 선을 긋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젠코트는 인터뷰를 통해 “지금 평화와 두 국가를 논하는 자들은 환상에 빠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불법 정착촌 확장이나 극단적 정착민들의 폭력에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네타냐후가 극우파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에게 서안지구 통제권을 넘겨준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치안 통제권을 다시 군의 정상적인 지휘 체계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총선 결과 네타냐후 우파 진영과 아이젠코트 야권 진영 모두 자력으로 과반(61석)을 사실상 달성하지 못하면서, 19석이 예상되는 아랍계 정당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었다. 야권 내 일부 우파 인사들이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아이젠코트가 실질적인 연립정부를 구성하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고되어 있다.
또한 만수르 아바스 대표가 이끄는 라암당은 2021년 네타냐후 반대 진영의 연립정부에 참여한 전례가 있어, 이스라엘 정부에 참여하거나 외부에서 지지를 제공하는 실용적 접근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정당으로 평가된다. 반면, 하다시·타알·발라드로 구성된 아랍계 정당 연합 공동명단(Joint List)은 구성 정당마다 이념과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입장에 차이가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변수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네타냐후를 “위대한 전사 총리”라 치켜세우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서는 네타냐후의 극우 연립정부 파트너들에 피로감을 느낀 미국 행정부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 보수 성향을 지닌 아이젠코트 체제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정상화 등 중동 외교 구상을 추진하기에 더 유연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CNN은 보도했다.
한편 개표가 공식적으로 완료되면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원내에 진입한 모든 정당 대표와 협의해 총리 후보로 누구를 추천하는지 의견을 듣는다. 이후 61석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후보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우선적으로 부여한다. 반드시 원내 제1당 대표가 지명되는 것은 아니다. 연립정부를 구성할 현실적인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가 선택된다.
CNN은 아랍계 정당들이 아이젠코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가 네타냐후보다 더 많은 정당의 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