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만든 만화에 대해 미국 규제 당국이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화 속 일러스트 제작 과정에서 작가의 창작성이 결여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작가가 쓴 만화 본문에 한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국 저작권청(USCO)은 서한을 통해 AI에 의해 생성된 이미지는 작가의 산물이 아니므로 만화 ‘새벽의 자리야’의 미국 내 저작권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AI가 만든 저작물에 대해 미 규제 당국이 구체적 처분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작가 크리스 카쉬타노바는 AI 일러스트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만든 만화 ‘새벽의 자리야’를 저작권청에 등록했다. 미국에선 저작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카쉬타노바는 자신이 모든 저작권을 소유한 것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이날 저작권청은 “미드저니의 사용자 카쉬타노바는 생성된 이미지를 실제로 형성하지 않았다”며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주체적 의지'(master mind)를 지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산출물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다른 도구와 미드저니 사이에 엄연한 차이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재의 선택과 배열을 결정한 사람’만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터넷상에서 수십억개에 달하는 이미지를 학습한 미드저니는 입력된 텍스트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 카쉬타노바도 자신이 집필한 만화 스토리를 미드저니에 의뢰해 각 장면에 걸맞은 일러스트를 얻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저작권청은 “카쉬타노바가 저작권 등록 당시 미드저니를 사용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카쉬타노바에게 발급한 저작권 증명서를 취소하고 그가 표현한 소재(글)에 한정해 신규 저작권 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저작권청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날 카쉬타노바는 “만화 속 이미지도 작가의 창의성을 담은 표현이 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자신의 변호인과 함께 이를 어떻게 관철할지 고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저작권청의 이번 결정이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이미지 판매 사이트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스태빌리티AI가 허락 없이 자사가 유료 제공하는 수백만장의 이미지를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게 게티이미지의 주장이다. 포브스는 저작권청의 판단 논거가 게티이미지 측에 유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