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개전 이래 처음 모스크바를 찾는 시 주석은 ‘평화 중재자’로서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의 행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표시라고 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평화를 위해 러시아로 갈 것이라고 말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행동에 대한 세계적인 분열이 확대됐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미 백악관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평화를 위한 진정한 노력인지 의구심을 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현 시점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휴전은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정의롭고 지속된 평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커비 조정관은 “지금 휴전은 다시 한번 러시아 정복에 대한 비준”이라며 “사실상 러시아 이득과 이웃 국가 영토를 무력으로 정복하려는 시도를 인정해 러시아 군대가 계속해서 주권을 가진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할 수 있도록 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러는 지난해 10월 전례 없는 3연임을 확정 지으면서 국제사회에서 평화 중재를 자처한 가운데 나왔다. 일주일전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화해를 발표했다.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보 이면에 미국을 견제해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셈법이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시 주석은 최근 미국과 관계가 경색된 이래 미국과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국가 지도자들과 접촉을 꾀해왔다. 지난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개전 이래 푸틴의 최측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맞이했다.
그러면서 지난 6일에는 중국 최고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해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리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봉쇄, 포위, 압박을 자해해 우리나라 발전에 미증유의 엄중한 도전을 가져왔다”며 이례적으로 미국을 공개 저격했다.
NYT는 “시 주석이 다른 나라들을 중국과 더 가까운 궤도로 끌어들임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어떤 세계 질서에도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점점 더 확고히 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3일간 모스크바 방문은 중국이 국제 정세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하고 세계 중심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대체하려는 노력”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