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불확실성지수(EPU)가 장기평균(100)을 밑돈 것도 2024년 10월(99.32) 이후 21개월 만이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진 데다 물가 상승세까지 둔화하면서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은 데다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고용 부진과 물가 상승, 세제개편 후속 입법 등 대내외 변수도 남아 있어 EPU 하락세가 다음 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불확실성지수(EPU)는 95.98로 집계됐다. 전월(113.78)보다 15.6% 하락한 수치로, 2024년 9월(80.27)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낮다.
EPU가 장기평균인 100 아래로 내려간 것도 2024년 10월(99.32) 이후 21개월 만이다.
올해 EPU는 1월 158.14에서 2월 171.38로 오른 뒤 중동전쟁이 발발한 3월 226.38, 4월 227.48까지 치솟았다. 이후 5월 132.31, 6월 113.78, 지난달 95.98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올해 고점인 4월과 비교했을 때 지난달 지수는 57.8% 낮다.
EPU는 언론 보도에서 경제·정책·불확실성과 관련된 단어가 함께 등장하는 빈도를 토대로 경제정책 불확실성을 계량화한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향후 정책 방향과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KDI는 새로운 월별 지표가 추가될 때마다 전체 집계 기간의 평균이 100이 되도록 과거 수치까지 다시 표준화한다. 이에 따라 과거 월별 수치와 기간 평균, 순위가 매달 소폭 바뀔 수 있다.
지난달 EPU 하락에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안정,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중동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배럴당 128.52달러에서 지난달 76.75달러로 40.3%(51.77달러) 급락했다. 두바이유는 국내 도입 원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유종이다.
유가 하락과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반영되면서 국내 석유류 가격의 오름폭도 축소됐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5.5% 올랐지만 상승 폭은 6월(24.7%)보다 9.2%포인트(p) 줄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경유는 6.7%, 휘발유는 6.2%, 등유는 2.1% 각각 하락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경유가 21.5%, 등유가 20.5%, 휘발유가 12.6%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8%를 기록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재경부 관계자는 “6월 말 7차 최고가격제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7월 석유류 물가는 전월 대비 5.5% 하락했고, 전년 대비로도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환율 안정도 EPU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달러·원 환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달러 약세 등의 영향으로 6월 말 1549.4원에서 지난달 말 1424.0원으로 한 달 동안 125.4원 떨어졌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소폭 개선됐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8.5로 전월보다 0.8p 상승했다. 기업과 소비자 심리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도 97.9로 1.1p 올랐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도 이어졌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2.8% 증가했고,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69.6% 늘었다.
일평균 금액 기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178.2% 급증했다. 선박과 석유제품 수출도 각각 53.0%, 39.6% 증가했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월별 불확실성은 빠르게 낮아졌지만 올해 누적으로 보면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1~7월 EPU 평균은 160.78로 장기평균인 100을 60.8% 웃돌았다. 지난달 지수는 장기평균 아래로 내려왔지만 연초 이후 중동전쟁과 고유가·고환율이 이어진 영향이 누적된 결과다.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과 부동산 세제개편 후속 입법, 공공기관 이전 등 주요 정책의 구체화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중동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데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협상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거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EPU가 반등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로 일시적으로 높아질 전망도 나온다.
고용도 여전히 둔화한 흐름을 보였다.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만 3000명 증가해 전월의 4만 명 감소보다는 개선됐지만, 1분기 월평균 증가 폭인 18만 3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정책 발표와 입법 과정에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지만, 정책 방향이 번복되거나 논쟁이 커지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발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이 논란이 되자, 축소했던 혜택은 원래대로 되돌리고 절세 악용 방지 장치만 보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상황점검회의에서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가 누르기 방지법안’ 재검토도 지시했다.
한편 이달 들어 국제유가와 달러·원 환율이 추가로 하락한 점은 경제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10일 오후 3시 30분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18.4원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