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가지며 ‘협치’를 위한 첫발을 뗐다. 특히 사전 의제 조율 없이 진행된 이번 회동에서는 첨예한 사안까지 언급되면서 격의 없는 대화가 이뤄졌다.
첫 회동이란 점에서 상견례격 자리이긴 했지만 여야 간 다양한 쟁점에서 이견을 보인 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점은 앞으로 여야 간 협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통합 넥타이’ 멘 李대통령, 여야 지도부와 오색국수 먹으며 회동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정오부터 오후 1시 45분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및 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도 배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찬 메뉴로는 색깔이 다양한 국수가 나왔다”며 “색깔이 다양한 국수가 나온 것도 통합의 의미가 있지 않나 해석할 수 있는데 그 얘기를 하며 가벼운 웃음이 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란색과 붉은색이 섞인 ‘통합 넥타이’를 매고 여야 지도부를 맞이했다. 이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관저에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후보 시절 ‘협치’ 약속한 李대통령…無의제 만남에 다수 쟁점 언급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협치’를 약속하며 통합과 정치 복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 2년여 만에야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의 차담 회동에 나선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현실화했다.
이날 회동은 ‘무(無)의제’ 만남으로 진행됐다. 정치·경제 등 양측에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검증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 재판 문제 등이 제기됐다.
다만 이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의 문제 제기 관련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의 김 후보자 검증 내용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에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여당의 ‘인사청문회법 개정’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야당은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으나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가 협상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야당이 이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 대해 “임기가 끝나고 재판 받겠다고 약속해 달라”며 사법부 독립을 주장했으나, 여당은 “반성이 먼저”라고 답하며 대립하는 모습도 보였다.
‘격의 없는 대화 시작’에 의미…협치 시동 건 李정부
다만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며 협치 의지를 강조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오늘 회동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에 격의 없는 대화를 시작했다는 데 서로 의미를 부여했다”며 “또한 향후 이런 만남을 자주 갖기로 하고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식 의제를 놓고 하는 회담이면 물밑에서 여러 조율을 하고, 공통 발표할 내용도 있겠지만 오늘은 대화의 통로를 열고 격의 없는 대화를 한다는 것에 양쪽의 의견이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의견들을 쏟아냈지만 의견 접근을 위해서 의제에 집중해서 토론하고 그런 회동 형식은 아니라서 그렇게 합의 사항으로 발표할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동안 대화가 너무 단절된 여야. 관계 또 통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큰 진전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