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스위스에 사용하지 않는 레오파드2 전차를 판매할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과 로버트 하벡 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3일자 서한을 통해 비올라 아메르드 스위스 국방장관에게 이와 같은 제안에 대해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제조사 라인메탈이 스위스에서 사용하지 않는 레오파드2 전차를 판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한은 “이 탱크들은 우크라이나에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서 생긴 독일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레오파드2 재고분을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비올라 아메르드 스위스 국방장관은 1일 서한에서 스위스 의회가 사용하지 않는 레오파드2 전차의 운행 중단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답변했으며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의회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군은 현재 독일제 레오파드2 전차 134대를 보유 중이며, 이외에 96대를 더 보유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독일이 구체적으로 몇대의 전차를 판매해달라고 요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스위스 정부는 오는 6일 전차 판매에 대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발표하겠다 했지만, 의회가 언제 해당 문제를 결정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위스는 군수 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나라지만, 외국과의 전쟁을 피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스위스가 분쟁 지역에 대한 무기와 탄약의 수출·재수출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쉽게 대체품을 찾을 수 없는 스위스산 탄약이나 무기, 부품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방공포대와 전차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인과 덴마크는 스위스제 부품을 사용하는 ‘아스파이드’ 대공방어망과 보병전투용 장갑차인 ‘피라냐3’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 했으나, 스위스의 반대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독일 또한 수십년 전 비축한 스위스제 게파르트 자주대공포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려 했지만 스위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게파르트 대공포는 우크라이나가 이란제 자폭 무인기를 방어하는 데 사용됐으나, 우크라이나근은 이제 탄약을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스위스는 이런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이 ‘영세 중립국’이라는 정체성을 명시한 헌법 질서의 일부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스위스는 세계 14위 무기 수출국이며, 무기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스위스 의회에서는 서방 국가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위스산 무기의 최대 구매국인 독일이 스위스 기업들과 장기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놨기 때문이다.
일부 스위스 의원들은 무기와 탄약을 제3국에 재수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될지는 미지수고, 통과된다고 해도 3~6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면 내년 초부터나 수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