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불법 이민과 국경 문제가 경제 이슈보다 부각되는 분위기다.
15개주에서 동시 경선이 진행되는 ‘슈퍼 화요일(3월 5일)’을 닷새 앞두고 11월 대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텍사스주에서 서로 다른 국경 마을을 각각 방문했다.
두 사람은 불법이민과 국경문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비난을 퍼부었다.
2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 브라운스빌을 방문해 국경 순찰대원, 법 집행관 및 지역 지도자들과 만나고 국경안보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상원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4일 국경 및 이민 정책 강화를 포함한 예산 패키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370쪽에 달하는 합의안을 공개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의원들 반대로 무산됐다.
해당 합의안에는 국경에 보안 요원을 추가 배치하고 이민 담당 판사를 증원하기 위한 자금 지원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은 “공화당 의원들이 ‘현직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니 그렇게 하지 마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며 “함께 모여 일을 처리하자. 제발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기억하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방문한 브라운스빌에서 500km 떨어진 이글패스에서 대선이 끝나고 내년 1월 취임식까지 국경을 넘는 이들이 “수 백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때문에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민 범죄로 피를 흘렸다”며 “바이든의 침공(invasion)”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조지아에서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여대생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화당은 바이든의 국경정책을 비난하며 새롭게 결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28%가 이민을 미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월의 20%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1월 31일에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응답자의 경우 36%가 이민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아 경제(29%)보다 더 큰 문제로 대두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글패스와 브라운스빌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이었지만, 밀입국자 급증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국경 요원의 재배치로 인해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공화당이 두 지역 모두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