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집값 하락 속도가 최근 둔화하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정부와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자신이 ‘운이 좋은 총재'(Lucky governo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 벵갈루루를 방문 중인 이 총재는 블롬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년 동안 한국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일종의 조정 기간”이라며 “지난해 말 집값이 급격히 떨어져 걱정했지만 최근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다.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통화·재정 정책이 함께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다른 총재들은 재정 정책이 반대로 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 특히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긴축 재정 정책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나는 아주 운이 좋다. 통화·재정 정책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2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에서 동결한 것과 관련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지만 3월부터 4%대로 떨어지고 연말엔 3%대로 내려갈 것”이라며 “잠깐 멈춰서 실물 경제에 대한 금리 인상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정책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안개가 많을 때는 차를 세우고 지켜보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준금리가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금리를 동결해도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변동환율제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이 꼭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