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체결한 휴전 합의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전면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예고한 데 이어, 이란의 핵시설 공격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3일 연속 공습”…핵심 타격 목표 된 ‘픽액스 마운틴’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대한 “3일 연속 야간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이 “이란군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과 상선을 공격할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밤 매우 강하게 공격하고 내일도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나탄즈 핵시설 인근의 지하 요새 시설인 ‘픽액스 마운틴’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이란인들에게 준비하라고 전하라”며 “우리가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픽액스 마운틴은 서방 정보기관들이 이란의 비공개 핵농축 활동 가능성을 제기해 온 지하 시설로, 미국이 아직 직접 타격하지 않은 주요 핵 관련 목표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둘러싼 ‘강대강’ 대치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휴전과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며 무력 충돌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추진했다. 당시 합의는 이란이 해협을 통한 상업 운항을 보장하고,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다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해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10일 휴전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 군사시설과 미사일·방공 시스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 선박 등을 겨냥한 공격을 재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조치와 이란의 대응이 “양국이 휴전에 합의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공개적인 충돌(open conflict)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란 역시 보복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 기지가 있는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오만 등을 겨냥한 공격을 벌였다고 밝혔다. 걸프 국가들은 미사일과 드론 요격에 나섰다.
이번 충돌의 핵심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쟁 이전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통해 미국과 서방에 압박을 가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봉쇄를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라고 부르며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 대해 20%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ABC뉴스는 “이는 미국과 이란 간 잠정 평화 합의의 마지막 남은 조항을 사실상 무너뜨리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거센 반발과 트럼프의 군사작전 공식 통보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 안비야 사령부의 대변인인 에브라힘 졸파카리 중령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개입하려는 “거듭된 모험주의와 장난”은 “지역 안보와 국제 무역, 유조선 및 상선의 통행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과 협력하는 일부 지역 국가들을 비판하며, 이러한 협력은 “전쟁이 전 지역으로 확산할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 맥스 부트는 미국 외교협회(CFR)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의 통행료 부과 위협이 “과장일 가능성이 있지만, 폭격과 봉쇄는 실제 상황”이라며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통해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7일부로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가 재개됐음을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통보로 의회 승인 없이 중동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60일의 시간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7일 이란과 체결한 MOU를 언급하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을 공격함으로써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위반 행위가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명령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적대행위를 시작할 경우 48시간 이내 의회에 통보하고, 의회 승인 없이 진행되는 군사작전은 60일 이내 종료하도록 규정한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반대파들은 행정부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딜레마…’제한적 전쟁’의 한계
미국 관리들은 이번 공격이 이란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으로의 회귀를 원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는 전면전 수준의 전투가 벌어질 경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사 압박만으로 이란의 전략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맥스 부트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39일간 공격했지만 정권 교체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이란은 에너지 공급망을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협상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란을 완전히 제압하려면 수십만 명 규모의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지만, 미국 내 여론은 전쟁에 부정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된 수단으로 제한된 결과를 얻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선임연구원 역시 “이란의 후퇴 의지가 전혀 없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설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측 중 한쪽의 양보나 합의가 없다면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배후에서 카타르와 오만이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석유화학 시설이 피해를 본다면 상황은 장기전으로 급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