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인력 부족 국면에 진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월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학 졸업생은 취업난을 겪는 반면 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일자리 불일치 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코딩 보조와 문서 자동화 분야에서 일부 초급 사무직 수요를 조정하고 있으나 노동시장 전반의 인력 부족을 설명하기에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사태의 본질은 장기간 이어진 출산율 저하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린 결과다. 미국 현지 제조 공장 가동을 앞둔 한국 기업들의 초기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교육부 국립교육통계센터(NCES)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대학 등록 학생 수는 2010년 최고치보다 약 200만 명 줄었다. 저출산 기조로 인해 오는 2041년까지 대학 진학 인구는 13% 더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노동 시장이 요구하는 전문 학위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생성형 AI 확산에도 총고용 유지… 본질은 비기술 쏠림 현상
생성형 AI가 급격히 확산했음에도 미국 총고용은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고용 증가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의료와 건설과 대인 서비스 분야에 집중됐다.
청년층은 경쟁이 치열한 경영과 금융 등 비기술 분야로 쏠리는 반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과 의료 전공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정보기술(IT)과 금융 일부 업종에서는 여전히 구조조정성 감원이 진행 중이다.
조지타운대학교 교육·노동력 센터가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 은퇴 시기인 오는 2032년까지 대졸 학력자 1800만 명 이상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한다. 반면 새로 진입하는 학위 소지자는 1400만 명을 밑돌 전망이다.
노동 시장 데이터 기업 라이트캐스트는 2030년 전후 기준 시나리오 분석에서 고숙련 직군을 중심으로 최대 600만 명 규모의 노동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간호사와 의사와 엔지니어 등 현장 중심 전문직에서 수십만 명의 결원이 생기는 구조다.
현지 인건비 국내의 2배… 반도체 공장 손익분기점 지연 우려
이러한 인력 부족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에 고스란히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온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일자리가 11만 5000개 늘어난다고 추산한다. 반면 전문 엔지니어 부족으로 6만 7000개가 공석으로 남을 전망이다.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텍사스와 애리조나 등 주요 반도체 클러스터의 엔지니어 연봉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컨설팅사 분석에 따르면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의 초기 운영 인건비는 국내 생산 라인 대비 1.5배에서 2배 수준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더라도 초기 가동률이 낮은 신설 공장의 손익분기점(BEP) 도달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가동률 안정화 이전 구간인 초기 2~3년간 고정비 부담이 집중되는 탓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2024년 통계를 보면 미국 이민자 수는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반면 미국 가정 간병인의 41%와 간호사와 약사의 20%는 여전히 외국 학위 소지자다. 면허 상호 인정이나 비자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한국 의료 인력의 미국 진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경기 둔화 시 완화 반론도… 자동화 투자 확대는 필수
미국 주 정부들은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을 내걸고 인재 유치전에 나섰다. 미주리주와 콜로라도주는 고등교육과 인력 개발 부서를 합쳤으며 코네티컷주는 인력전략사무국을 신설했다.
그러나 연방 정부 차원의 이민 규제 완화나 전문직 비자(H-1B) 쿼터 확대 없이는 주 정부 대책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기업의 노동 수요 자체가 급감해 현재의 인력 부족이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장기 노동력 부족은 미국의 국내 생산 복귀(리쇼어링) 정책과 제조업 공급망 전체를 위축시킬 핵심 변수다.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은 현지 채용에만 의존하기보다 본사 인력 파견을 늘려야 한다.
다국적 인력 소싱 체계를 다변화하는 한편 자동화 투자 회수기간을 단축하는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 인력 부족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생산 가능성 자체를 제약하는 변수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 설비와 산업용 로봇 투자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용 로봇과 공정 자동화 장비와 글로벌 인력 매칭 플랫폼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