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부속 보고서에서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malign influence)을 평가하라는 지침을 명시했다.
이는 미 의회가 한국을 중국 공산당 영향력 공작의 핵심 대상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처한 침투 공작을 주요 안보 사안으로 접근하면서, 그 주체를 ‘중국 공산당’으로 구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상원 군사위가 17일(현지시각) 공개한 국방수권법안 부속 보고서의 ‘특별 관심 사안(Items of Special Interest)’ 섹션에는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 평가’ 항목이 명시됐다(부속 보고서 PDF).
이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내년 5월까지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 공작이 가져올 리스크를 크게 2개 분야에서 평가, 군사위에 보고해야 한다.
하나는 군사·방첩 리스크다. 중국의 영향력이 주한미군에 대한 인적 정보(HUMINT·휴민트) 수집 활동과 정보 안보에 미치는 위협에 대한 평가다.
중국 공산당이 한국 내 학계, 시민사회, 정치권, 군 내부로 침투해 포섭활동을 벌이거나 정보 공작을 펼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군사 기밀이나 작전 계획, 정보 자산에 가할 손상 등 방첩 차원의 위협을 분석하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다른 하나는 경제 안보·공급망 리스크다. 상원 군사위는 중국의 영향력이 한·미 안보 협력 및 방위산업 기반 협력에 필수적인 ‘이중용도(Dual-use) 품목의 공급망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조사할 것을 미 국방부에 요구했다.
이중용도 품목이란 군사적 목적으로도 전용 가능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원자재 등을 뜻한다. K-방산이 미국과 손잡고 무기를 만들거나 안보 협력을 할 때, 중국이 원자재 공급망을 통제하거나 차단함으로써 한·미 공급망 동맹을 인질로 잡고 흔들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하원 군사위원회 역시 유사한 취지의 지침을 채택했다. 하원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이 미국의 방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의회에 브리핑하라”고 요청했다.
동맹 겨냥한 中 영향력 공작을 안보 문제로 인식
부속 보고서는 국방수권법안 본문과는 분리된 별도의 서류다. 미 육·해·공군 및 전 세계 미군 기지의 모든 정책을 군사위가 하나하나 검토해 달아놓은 의견과 예산 조정 내역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특별관심사안’은 법안에 포함시키기에는 애매하지만, 미 국방부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과 지시 사항을 담은 ‘과제 리스트’에 가깝다.
미 의회가 상하원 차원에서 동시에 관련 평가를 요구한 것은 동북아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활동을 안보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군사·방첩 분야뿐 아니라 공급망과 경제안보 영역까지 검토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선을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부속 보고서에는 한국의 재래식 무장 핵추진잠수함 도입 타당성 검토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분기별 보고 요구 및 주한미군 규모(2만8500명) 하한선 유지가 세트로 묶였다.
미 의회가 한국이 중시하는 현안에 대한 검토를 확대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 환경과 관련된 주요 사안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