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협의가 ‘정상 간 담판’을 통한 해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21일 제기된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신중론을 펼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조기 환수’로 응수하는 등 한미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대미 투자에 이어 최근 ‘정보 협력’ 관련 불협화음으로 한미 간 주요 현안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작권 논의도 가시밭길을 걷는 상황을 두고 한미 간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결국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소통이라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작권은 반드시 신속히 돌려받아야 하고, ‘전환’보다는 ‘환수’ 또는 ‘환원’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라며 “한미 협의도 기본적으로 돌려받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전작권을 받는 건 자주적 독립 국가로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브런슨 사령관이 지난주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북한의 군사력 고도화로 전작권 전환의 ‘조건’에 변화가 생겼으며, 이를 충족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전작권 전환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후 나온 발언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 도발을 언급하며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거나 “시간도 하나의 조건”과 같은 발언을 연달아 내놓았다. 그의 발언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전문가들은 전작권의 빠른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를 탓하는 듯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국방부와 백악관과의 ‘소통’을 통해 나왔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부는 당초 11월 중 국방장관 간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해 전작권 전환의 ‘목표연도’를 정한다는 구상이었지만, 한미는 SCM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SCM이 12월로 밀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국방 당국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 측의 ‘우려’가 담긴 의견 개진에 “한국 측 입장에 공감한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갈등을 진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이 대통령의 ‘조기 환수’ 발언이 나온 뒤인 지난 20일엔 다시 “전작권 전환은 여전히 미국과 한국이 상호 합의한 조건에 기반한 절차로 남아 있다”라고 밝히면서 ‘조기 환수’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는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바탕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미가 합의한 조건은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라는 세 가지다.
또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전시 임무 수행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최초작전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구성된 평가 및 검증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현재는 2022년 평가를 마친 FOC 단계의 검증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한 환수’라는 입장을 낸 것은, 전작권 전환이 ‘정상 간 의제’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봤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 문제를 ‘담판’ 형식으로 타결하고, 지난 9월 말 어렵게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미 투자 문제의 이견을 좁혔듯이, 오는 11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또는 12월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또 한 번의 담판을 준비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작권 전환 국면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갖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군 당국의 판단과 별개로 전작권 전환의 최종 결정은 정상의 의지에 달렸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이라고 짚었다.
민 교수는 이어 “다음 달 APEC 정상회의 때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전작권 전환의 쐐기를 박은 뒤 12월 G20 정상회의 때 이를 명문화하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라며 “‘완벽한 조건 충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기존 조건이 맞춰지면 올해 SCM에서 전환을 확정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한미 정상의 ‘담판 외교’가 어려운 외교 현안을 푸는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우려한다. 정상 간 직접 협상이 막힌 현안을 푸는 동력이 될 수는 있지만, 치열한 협상이 전개되더라도 결과적으로 당국 차원에서의 협의와 조정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차원에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때문에, 자칫 정상 간 담판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청구서’나 ‘숙제’를 갑자기 떠안게 될 우려도 공존한다는 것은 부담 요인이기도 하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쿠팡 사태에 이어 대미 투자와 정보 협력 문제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한국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깊어진 듯하다”라며 “정상 간 담판으로 급한 일을 해결해도 한미가 서로 ‘신뢰’를 회복하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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