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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의 역설… 일(日) 조선업 821조 원 투자 급제동

숙련공 비자 규제에 가로막힌 미(美)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재편 차질 현대차 공장 단속 등 '보복성 조치' 공포 확산… 한·일 투자 심리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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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 2026
in 국제, 미국 / 국제, 산업 / IT / 과학, 정치, 최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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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의 역설… 일(日) 조선업 821조 원 투자 급제동

글로벌 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쥔 아시아 자본을 유치해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꾀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자가당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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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의 지난 13일(현지시각 ) 보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미국 조선소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배경으로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숙련 노동자 비자 발급 제한이 지목된다.

비자 장벽에 막힌 일본 조선업 투자… “기술 전수 인력 파견 불가능”

최근 미국 상무부는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82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을 미국 조선업 현대화에 투입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재계와 외교가는 이 같은 요구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한다.

해운 산업 컨설팅 업체 포텐 앤 파트너스(Poten & Partners)의 고든 시어러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조선소는 연간 12척 미만의 배를 건조하는 데 그치는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해마다 수천 척을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투자하려면 자국 숙련공들을 미국으로 보내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설비를 가동해야 하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문턱은 이들의 입국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특히 일본 경영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 습격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당시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은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숙련 노동자 약 300명을 강제 연행하여 추방했다.

조슈아 워커 재팬 소사이어티 회장은 “ICE의 공격적인 집행 기조가 고도의 숙련 인력 송출에 의존해야 하는 해외 기업들에 공포감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퇴직자 속출하는데 비자는 ‘잠금’… 미국 조선업 인력난 가속

미국 조선업계는 설비 노후화보다 더 심각한 인력 절벽에 직면한 상태다. 존 펠런 전 해군장관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서 “오는 2031년까지 미 조선업 종사자의 25%가 은퇴 연령에 도달한다”며 “해군 군함 건조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서만 25만 명의 추가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전문직 단기 취업 비자(H-1B) 쿼터를 대폭 삭감한 데 이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십 개국 국민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확대했다. 이는 외국 기술을 도입해 자국 노동자를 교육하겠다는 행정부의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오픈 마켓 연구소(The Open Markets Institute)의 아나브 라오 교통 정책 분석가는 “이민 제한은 미국 내 노동자들의 기술 숙련 기회를 박탈한다”며 “외국 기술자가 들어와 가르치는 것조차 막는다면 조선업 부활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본·대만 투자 심리 동반 위축”… 공급망 재편 흔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대규모 조선업 투자를 압박하며 대(對)중국 견제망을 구축하려 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잠정 무역 합의를 통해 약 1500억 달러(약 224조 원) 규모의 조선업 투자를 약속했고, 일본 역시 미국산 관세 인하 혜택을 받는 대가로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다.

그러나 비자 문제 해결 없이는 이 같은 천문학적 자금이 실질적인 산업 현장으로 투입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만 TSMC 공장이 위치한 애리조나주의 그레그 스탠턴 하원의원은 “외국 인력과 미국 인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사업에서 조지아주 단속과 같은 사례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에 매우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일본 정부와 비자 전용 카테고리 신설을 논의 중이지만, 7개월 넘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이민 통제가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핵심 공약인 ‘미국 제조업 부흥’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향후 미국 정부가 해외 투자 기업들을 위해 비자 규제를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하느냐가 한·일 조선 대기업들의 실제 투자 이행 여부를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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