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출생시민권 무력화를 위한 법적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신부의 미국 원정 출산을 막기 위해 관광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행정 명령도 검토 대상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날 트럼프는 NBC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자동으로 미국인이 되려면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미국 시민권자거나 합법적인 영주권자여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들을 모두 미국 시민으로 규정한다. 이른바 ‘속지주의’로 1898년 미국 대 웡 킴 아크 사건에서 출생 시민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WSJ에 따르면 헌법학자들과 민권 단체들은 출생시민권 제도를 변경하려면 행정 조치를 통해 이뤄질 수 없으며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트럼프 인수위가 반발 소송이 제기될 것을 인지한 상태로 여러 가지 형태의 행정 명령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적인 행정 명령은 여권 등 시민권을 증명하는 연방 기관의 서류 발급 요건을 변경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오마 재드워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이민자 권리 담당 이사는 “(트럼프 측은) 위헌적인 계획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헌법에 따르면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으며 소송이 반드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 제한을 지지하는 단체인 이민연구센터의 마크 크리코리언 전무이사는 “아마도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의 현재 해석을 지지할 것”이라며 “(트럼프 측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끝을 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법정 싸움을 시작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개헌은 발의를 위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비준을 위해서는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의 의석은 상원 53석, 하원 220석으로 전체의 3분의 2에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