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무기한’ 지속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미·이란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미국이 군함을 순환 배치해 이란의 해상 교역과 원유 수출을 장기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란 전쟁이 단기 충돌을 넘어 호르무즈를 둘러싼 장기 대치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또한 강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 전쟁부 장관, 무기한 봉쇄 가능성
1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미 해군이 함정을 교대로 배치하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위해 봉쇄를 지속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주장했다.
미국의 봉쇄는 실제 선박 운항을 제한하는 단계로 들어갔다. 미군은 봉쇄 이후 이란 항구로 향하던 선박 55척 이상을 돌려보냈으며, 일부 선박에 대해서는 강제 승선과 무력행사에 나섰다.
미 해군은 지난 11일 경고를 무시한 파나마 선적 화물선의 조타 장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6척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6척에 불과했다. 전쟁 전 하루 130~140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통항량이 사실상 마비된 수준이다.
통항량 급감은 미국의 봉쇄뿐 아니라 선주들의 운항 기피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체결된 잠정 휴전 합의가 무너지고 통항 정상화 협상 기대가 낮아지면서 선주들이 선박과 화물의 안전을 이유로 호르무즈 운항을 꺼리고 있다.
이란도 해협 재개방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 12일 이란 국영 IRNA에 따르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이 전쟁을 끝내고 해외 동결자산을 해제하는 등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호르무즈가 계속 닫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 공급 쇼크
호르무즈 차단 장기화는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원유 시장에 직접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원유 공급량이 전년보다 하루 430만 배럴, 약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공급량은 수요보다 하루 127만 배럴 부족하고, 3분기에는 부족 규모가 하루 18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IEA는 예상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8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 원유 재고 증가와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중동으로부터의 공급 불안을 상쇄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13일 전날보다 2.15% 하락한 배럴당 87.07달러,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4% 떨어진 81.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원유 조달 전쟁
시장의 핵심 변수는 유가보다 호르무즈 봉쇄의 지속 기간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어지면서 일부 아시아 장기계약 고객에 대한 9월 원유 배정을 통상 방식이 아닌 임시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시아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공급망과 비중동산 원유를 활용하더라도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가 막힌 충격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군함을 순환 배치해 이란 봉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통항량은 이미 전쟁 전의 극히 일부로 줄었다.
미국의 ‘무기한 봉쇄’가 현실화할수록 이란의 버티기와 글로벌 원유 공급 충격이 동시에 장기화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