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막말로 전 세계 정상들을 경악하게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능청스러운 영국식 ‘돌려 까기’ 농담에는 맥을 못 췄다.
텔레그레프·더 타임스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찰스 3세는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 이어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놓고 뼈 있는 농담을 계속했다.
찰스 3세는 “대통령께서 얼마 전 미국이 아니었다면 유럽국들이 독일어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감히 말하자면, 우리(영국)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프랑스어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돕지 않았다면 유럽국들이 독일어와 일본어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이스트윙 연회장 신축을 놓고는 “이런 말 하기 유감스럽지만, 우리 영국인들도 1814년 백악관을 ‘재개발’하려 했었다”고 농담했다. 당시 영국군의 백악관 방화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이날 국빈 만찬에 대해서는 “보스턴 차 사건에 비하면 엄청나게 나아졌다”고 능청을 떨었다. 이 사건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773년 미국인들이 영국의 무리한 과세 정책에 반발해 영국산 차를 바다에 던져버린 일이다.
찰스 3세는 이날 오전 미 의회 연설에서도 최근 양국 관계 악화를 풍자하는 농담을 연이어 선보였다. 그는 “요즘 미국과 우리는 언어(영어)만 빼고 정말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의 독립 250주년이 ‘바로 며칠 전’ 같다거나, 자신의 이번 방미가 식민 지배 재건을 위한 ‘교활한 후방 작전’이 아니라는 농담을 이어가자, 미 국회의사당에 모인 의원들 사이 폭소가 터져 나왔다.
찰스 3세는 연설 중간중간 유머를 활용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미·영 관계 개선 등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불거진 외교 현안들을 놓고 할 말을 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의 위트가 내심 부러운 눈치다. 그는 국빈 만찬에서 “찰스 3세가 의회에서 훌륭한 연설을 한 것을 축하한다”며 “그는 민주당 의원들을 기립하게 했다. 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고 농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지도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유독 영국 왕실에 대해선 존경과 애정을 표해 왔다. 찰스 3세를 ‘우아한 신사’라고 칭하고, 작년 9월 영국 국빈 방문을 ‘엄청난 영광’이자 ‘환상적 여행’이었다고 표현했다.
외신들은 찰스 3세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외교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격식을 지키는 농담으로 트럼프에 미묘한 반박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더 선은 “재치 넘치는 연설로 트럼프를 사로잡는 외교 공세를 펼쳤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