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한 이민 단속 기조가 텍사스주 오스틴까지 확산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CE 요원이 단속 과정에서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오스틴과 인근 테일러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수의 한국 반도체·장비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현지 사업장과 주재원 관리에도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ICE 요원은 20일(현지시간) 오후 텍사스주 오스틴 북부에서 한 남성에게 총을 쏴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는 베네수엘라 출신 28세 청년 윌버 라파엘 가르세스 페레스(Wilber Rafael Garces Perez)로, 몸통에 한 발의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은 ICE의 교통 단속 과정에서 발생했다. ICE를 관할하는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사건 직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페레스에 대해서 자신이 파악한 범위에서 범죄 전력이 없고 최종 추방 명령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현재 체류 신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은 미국 정부가 이민 단속을 대폭 확대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AP에 따르면 ICE의 월간 체포 인원은 지난 7월과 8월 사상 처음으로 각각 5만명을 넘어섰다. 올여름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각지에서 ICE 단속 과정 중 총격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오스틴 일대에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도 현지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부터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오스틴 캠퍼스에 투입한 누적 투자액만 180억 달러(약 25조원)를 넘는다. 오스틴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테일러에도 최소 170억 달러(약 23조 5000억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 투자를 따라 한국 협력사들의 텍사스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테일러 사업장은 지난해 중부 텍사스 지역에서 직·간접적으로 2만8746개의 일자리를 뒷받침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들의 이민당국 단속에 대한 경계감은 지난해 조지아주에서 이미 한 차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9월 미국 당국은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직원 475명을 체포했다. 당시 일부 근로자들의 비자·전자여행허가(ESTA)와 실제 업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인력 파견과 비자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당시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최근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은 지난 15일부터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ICE 등 9개 연방기관을 대상으로 행정 청구 절차에 착수했다. 행정 청구는 미국에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거쳐야 하는 절차로, 사실상 집단적인 법적 대응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오스틴 총격 사건 자체가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ICE의 단속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지 법인과 협력업체들의 주재원·출장자 비자 및 체류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설비 구축 과정에서 한국 본사와 협력사의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파견해야 하는 반도체·배터리 업종의 경우 미국 이민정책 변화가 사업 일정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